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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간염을 치료해도 간암 위험이 커지는 이유

작성자 : | 조회수 : 631
작성일 : 2021-08-30 08:01:38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자멸사 세포
신종 코로나에 감염된 자멸사 세포

신종 코로나(녹색)에 감염된 애팝토시스(자멸사) 세포의 주사형 전자현미경 사진.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NIH(국립 보건원)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하는 능력이 없다.

지금의 팬데믹(대유행)을 일으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마찬가지다.

신종 코로나는 'RDRP(RNA 의존성 RNA 중합효소)'로 자기 RNA를 복제한 뒤 인체 세포의 리보솜을 이용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들어 증식한다.

이 과정이 끝나면 감염 세포의 세포막이 녹으면서 늘어난 바이러스가 빠져나와 다른 세포를 공격한다.

바이러스가 증식에 이용하고 빠져나간 세포는 대개 세포 내 프로그램의 유도로 죽는데 이를 '세포예정사(programmed cell death)'라고 한다.

세포 자멸사(apoptosis)나 세포 자가포식(autophagy)도 모두 이 범주에 든다.

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라고 다 죽는 건 아니다.

어떤 바이러스는 감염 세포를 죽이지 않고 최대한 길게 감염 상태를 끌고 간다.

인간에게 만성 감염증을 일으키는 B형 및 C형 간염 바이러스도 그런 경우다.

지금까지 대다수 과학자는 이런 유형의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 내에 항구적으로 남아 있을 거로 믿었다.

그런데 의학계의 통념으로 거의 굳어진 이 추론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간염 바이러스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세포 메커니즘에 의해 감염 세포에서 제거됐다.

만성 간염은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에 계속 머무는 게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세포에 감염하는 질환이었다.

하지만 한번 감염했던 세포는 바이러스가 없어져도 '전사체 발자국(transcriptomic footprints)'이 남았다. 이런 세포는 유전적 특징이 변하고 분열과 대사 기능이 약해졌다.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신종 코로나의 전송 전자현미경 이미지

[미국 NIAID(국립 알레르기 감염병 연구소)/ 재판매 및 DB 금지]

스위스 바젤대의 다니엘 핀셰버(Daniel Pinschewer) 생물 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저널 오브 익스페리멘털 메디신(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논문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생쥐의 간에 감염해, 인간의 C형 간염과 유사한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LCMV(lymphocytic choriomeningitis virus)라는 바이러스에 실험했다.

과학자들이 짐작했던 것과 달리, 감염 후 일정 기간이 지나자 생쥐 간의 감염 세포에서 바이러스가 저절로 사라졌다.

일단 면역세포의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은 희박한 걸로 보였다.

논문의 공동 제1 저자인 페터 로이터(Peter Reuther) 박사는 "생쥐의 간세포가 자체 메커니즘을 이용해 내부로부터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치유된 세포엔 반드시 감염 흔적이 남았다.

일부 유전자들의 발현 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세포만큼 높지 않았고, 이런 유전자 중에는 특히 세포 분열과 세포 대사에 관여하는 것이 많았다.

이런 유전적 변화가 얼마나 오래가는지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공동 제1 저자인 카트린 마르틴(Katrin Martin) 박사는 "치료가 끝난 C형 간염 환자를 연구한 결과와 매우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라면서 "이런 장기간의 유전적 변화가, C형 간염 환자에게 간암 위험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가 생쥐 실험에서 나온 것이긴 하나, 적어도 중요한 관점에선 인간도 그러리라 추론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항바이러스 효과 억제 인자
항바이러스 효과 억제 인자

인터페론을 반복 투여할 때 항바이러스 효과를 떨어뜨리는 USP18 억제 인자.
적색 화살표는 발현도가 낮은 세포를, 녹색 화살표는 발현도가 높은 세포를 각각 가리킨다.
[미 UCSD 하오 랩 제공 /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이런 유전자 프로그램의 변화가 일시적 바이러스 감염을 겪은 다른 기관에도 생기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아울러 인체의 간세포 등이 어떤 메커니즘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제거하는지도 향후 연구 과제로 잡혔다.

논문의 교신저자를 맡은 핀셰버 교수는 "의학적 관점에서 두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하나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등이 계속 다른 세포에 감염해 만성 염증을 일으키는 걸 어떻게 차단할 것이냐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가 사라진 감염 세포의 유전적 변화를 되돌려 뒤따르는 손상을 막는 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 후 생기는 유전 형질의 장기적 변화는 천식이나 코로나19 장기 후유증(long Covid) 등과도 관련이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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